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며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주인공 발달장애인 장혜정씨가 보여주는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가와 사회의 외면 속에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오랜 세월 거리에서 싸워왔다.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무릎을 꿇기도 하고,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며 눈물 속에 삭발을 하기도 했다.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발달장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부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에 따른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 간절한 목소리에 국가가 처음 응답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인지나 의사소통 장애로 특히 더 자립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성인이 된 다음에는 더더욱 갈 곳이 없는 처지다. 장애인 전체 고용률도 36%로 낮지만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3%로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지방에 사는 장애인들의 열악한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사회의 차별적 시선을 피해 국외로 떠나거나, 그도 할 수 없어 ‘내가 더 오래 살아야 될 텐데’라며 평생을 눈물짓는 가족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정밀검사 지원 대상 확대, 보육·교육시설 확충, 특수학교 및 교원 증대, 지역사회 참여 및 자립 강화, 돌봄 인프라 강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발달장애인 수(22만6천명 중 성인 17만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2019년 1500명)이긴 하나, 4년 전 제정된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주간활동 서비스가 신설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장애인을 6등급으로 나눠 일률적 서비스를 제공하던 장애등급제가 내년 7월부터 폐지되는 등 우리 사회 장애인정책은 커다란 변환기에 서 있다. 하지만 최근 장애등급제를 대체할 종합조사표와 관련해 비판과 우려가 나오듯, 정부의 굳은 의지와 이를 실천할 획기적인 예산 증대가 없다면 자칫 장애인들을 ‘파이 쟁탈전’에 내모는 셈이 될 것이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진통이 드러냈듯,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 없이 정부 힘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장애인을 ‘복지의 시혜 대상’으로 여기는 데서 벗어나, 장애인이란 이유로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제한받을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국가와 사회 모두에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