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12일 채용상담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21세기관 학생라운지에 앉아 기업별 인적성시험 등을 준비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용 사정이 악화일로에 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2690만7천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3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7월에 5천명 늘어난 데 이어 두달 연속 1만명을 밑돌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업자는 13만4천명 늘어난 113만3천명으로 8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용 사정이 앞으로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9월엔 취업자 수가 아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추석 연휴가 10월에 있었지만 올해는 9월에 있기 때문이다. 9월엔 비교 대상 시점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고용 사정 악화는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제조업 부진, 자영업 구조조정,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결같이 풀기 힘든 난제들이다. 여기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이 고용 시장에는 일정 정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15~29살) 실업률이 10%로, 8월 기준으론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7.6%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이 16.3% 증가한 건, 근로시간 단축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 없이는 소득주도성장도, 불평등 개선도, 저출산 해소도 모두 어렵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으로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5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효율적 집행은 물론 재정 지출 확대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짜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은 고용 충격의 완충 장치로 실업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취업자 증감을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15만8천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40대가 직장을 잃으면 가족 전체가 생계를 위협받는다.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23만9천명 감소한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모아둔 돈이 없어 실직을 하면 하루하루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다. 실업급여 지급액과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폐업을 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소득을 지원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에겐 구직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등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옳은 방향의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보완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소 생계비를 보장해주는 최저임금 인상과,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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