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이 전국재해구호협회를 찾아 제시한 ‘개정 계획안 요약’ 문건 중 일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최근 물의를 빚은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의 ‘갑질’과 민간 구호단체인 전국재해구호협회 장악을 위한 법 개정 추진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관료사회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행안부가 재해구호협회의 의연금 배분위원회에 ‘행안부 장관이 추천하는 자’를 대거 참여시키려 하면서 ‘투명성 제고’를 내세우는 것부터 난센스다. 협회 배분위는 언론사 사장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어 활동이 투명하다. 그런데도 행안부가 10명에 가까운 추천 인사를 배분위원으로 넣으려 하는 건, 협회를 사실상 산하단체로 만들겠다는 뜻 말고는 다른 설명을 찾기 어렵다. 국민이 모은 성금을 정부 마음대로 집행하고, 행안부 퇴직공무원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이래선 독재정권 시절의 내무부와 다른 게 뭐가 있겠나 싶다.
행안부 재난구호과의 일부 공무원이 협회 직원들에게 했다는 행동도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어느 행안부 사무관이 한밤중에 협회 직원에게 ‘카톡 지시’를 하는가 하면, ‘협회를 없애버리겠다’ ‘감사원에 고발하겠다’는 식의 막말과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김부겸 장관도 실망스럽다. 관료들의 조직이기주의적 행태를 방관하는 게 아니라면, 사리에 맞지 않는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는 게 옳다. 또 공무원이 민간단체 관련자들에게 고압적인 행동을 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