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군·경찰 등 국가기관의 불법 여론조작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개입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다고 한다.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자료를 압수수색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는 육성 파일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댓글공작 배후로 이 전 대통령을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던 상황에서 이번 수사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검찰이 확보한 음성 파일과 녹취록 등을 보면, 집권 첫해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홍역을 치른 이 전 대통령은 하반기부터 “댓글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또 2011~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다른 기관들도 국정원처럼 댓글 이런 거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 시기 등으로 볼 때, 촛불집회로 타격을 입은 이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부터 온라인 댓글공작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국정원을 중심으로 성과가 나타나자 다른 기관들로 확대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기관의 댓글 조작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국정원은 수십개의 민간인 외곽팀을 가동했고, 군은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했다. 경찰이 현직 경찰을 동원한 것도 드러나 수사 중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제야 본격 수사에 들어간 형국이다.
111억원의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이 구형된 이 전 대통령의 ‘악행’은 끝이 없다. 댓글공작 배후였으리란 의심이 물증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철저히 수사해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정치보복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가기관의 충격적 범죄 행위는 명명백백히 밝혀내 단죄해야 한다. 특히 아랫사람 몇몇을 처벌할 게 아니라 최고 책임자를 밝혀내 책임을 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