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 여정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이후 11년 만이며, 남쪽 대통령으로서는 세번째 평양 방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평양에서 여는 첫번째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과거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는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형식적인 회담을 한 뒤 둘째 날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에는 첫날부터 바로 두 정상이 회담을 열어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세번째여서 그만큼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중대 사안을 놓고 만난 만큼,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전 세계가 보이는 관심도 각별하다.
북쪽이 준비한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환영행사는 과거 두차례 남쪽 대통령의 방북 때보다 훨씬 더 성대하고 파격적이었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김 위원장 부부는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맞았다. 정상 부부가 공항 영접을 나오는 것은 여느 정상회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환대다. 두 정상은 만나자마자 두 팔을 벌려 뜨겁게 포옹하고 손을 맞잡았다.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과 직접 악수를 하고,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에 일부 시민들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손뼉을 치면서 크게 환영했다. 남북이 한층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백화원영빈관까지 가는 길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무개차에 동승해 카퍼레이드를 벌인 것은 예상치 못한 파격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한차에 동승해 큰 화제가 됐지만, 두 정상이 나란히 서서 연도의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든 것은 남북의 화해와 결속 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오래 기억될 만하다. 첫번째 정상회담 장소로 노동당사를 개방한 것도 의미가 크다.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성을 강화하는 것이자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뜨거운 환영 분위기 속에서 세계의 눈은 정상회담의 실질적 내용에 쏠려 있다. 그중에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출구를 여는 것은 최대 관심사다. 첫날 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이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을 것이다.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문 대통령은 “이번 방북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가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임을 밝혔다.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도 머리발언에서 “조미(북-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 덕”이라며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회담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온통 ‘비핵화 중재’에 집중돼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틀 연속 전화 통화를 한 것도 미국이 얼마나 이 문제를 크게 보고 있는지 방증한다. 방북에 앞서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야말로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는 길이며,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바로 이 길을 열기 위해서 남북 정상은 남은 일정 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의 확실한 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도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의제인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도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두 정상이 회담하는 동안 동행한 경제인들은 ‘대외 경협 실세’인 리룡남 내각 부총리를 만나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경제계 인사들의 방북이 획기적인 남북 경협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이제 정례화 단계로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례화가 한번 더 도약하려면 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이 이뤄져야 한다.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남쪽을 방문하겠다고 확약한다면 정상회담의 의의는 한층 더 커질 것이다.
남북 정상은 19일 백화원영빈관에서 두번째 회담을 연다. 두 정상이 마지막까지 마음을 모아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여는 화룡점정의 마침표를 찍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