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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15만 평양 시민 앞 ‘비핵화’ 역설한 문재인 대통령

등록 2018-09-20 18:29수정 2018-09-20 19:46

분단 이후 첫 남쪽 정상의 북 대중연설
백두산 천지의 두 정상, 뜻깊은 족적
미국의 신속한 ‘협상 움직임’에 주목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북 마지막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백두산에 올랐다. 20일 오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남북 정상이 겨레의 정기가 서린 백두산 정상에 함께 오른 것은 남북 화해의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은 것이라고 할 만하다. 두 정상 부부는 수행원들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 함께 산책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한라산에서 가져온 물을 천지에 붓고 다시 천지의 물을 한라산 물이 담긴 병에 옮겨 담았다. 말 그대로 ‘백두와 한라의 합수’다. 두 정상 부부가 백두산 정상에 올라 천지를 함께 산책한 것은 4·27 판문점선언의 도보다리 산책에 이은 또 하나의 뜻깊은 족적으로 기억될 일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19일 평양 시민들 앞에서 행한 연설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남쪽의 대통령으로서 북쪽 동포들 앞에서 대중연설을 한 것은 분단 이래 처음이다. 평양 5·1경기장을 꽉 메운 평양 시민 15만명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 속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북과 정상회담 성과를 알리며 겨레의 평화와 번영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 물려주자고 (김 위원장과) 확약했다”고 밝혔다. 남쪽의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 앞에서 ‘남북 정상의 비핵화 의지’를 공개 천명하고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아냄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에 또 다른 차원의 공식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북한 주민들과 공유됐음을 미국과 전 세계에 알렸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다”며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고 말했다. 북녘 동포들이 겪은 어려움을 어루만지고,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쏟은 노력을 평가한 것은 멀어졌던 남북이 더 가까워지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남북의 화해와 번영을 위한 노력에 큰 힘이 됐으리라 믿는다.

남북 정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함께 만들어낸 ‘비핵화 합의’가 미국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이 있다며 김 위원장을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평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고, 북한이 국제 사찰단의 참관 아래 동창리 미사일시험장과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뜻을 밝힌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미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평양 합의가 아무런 실질적 진전도 없다고 깎아내리지만 미국의 공식 반응이 전혀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음주에 열릴 북-미 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품게 된다.

문 대통령의 2박3일 평양 방문은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과를 냈다. 김 위원장이 약속대로 남한을 방문하면, 남북 관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질적인 도약을 하게 될 것이다. 남북 정상의 평양 만남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에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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