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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마침내 법의 심판대 서는 삼성의 ‘노조파괴’ 의혹

등록 2018-09-27 18:01수정 2018-09-27 22:10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지 5년, 마침내 검찰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사건 수사 결과를 27일 발표하며 30여명을 기소했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에 ‘윗선’을 끝까지 규명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뒤늦게나마 전근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일삼은 삼성의 행태를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날 발표를 보면,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그들의 평소 주장대로 ‘삼성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군사작전 같은 방해공작을 통해 폭력적으로 유지한 모래성 같은 ‘신화’였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은 ‘그린화’ 전략을 수립하고 종합상황실 및 신속대응팀을 꾸려 대응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에게 자문해 노조를 고립시키고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적극 분리하는 ‘소진전략’을 이행하는가 하면, 경총에 요구해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단체교섭을 미루거나 쉽게 응하지 말도록 지도하게 했다. 채무관계, 임신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에인절(angel) 요원’들이 조합원들을 일대일로 관리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회유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독재정권 시절 정보기관의 행태를 방불케 한다. 이런 과정은 본사에도 보고된 것으로 나오는데, 법원이 삼성전자나 미전실 임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구속기소된 4명 중 본사 임원은 단 1명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수사 중 무더기로 발견된 문건을 통해 재점화된 이번 수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글로벌·초일류를 표방하는 기업이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보았고, 여러 권력기관은 이를 지탱하는 데 협력했다. 이날 검찰은 그동안 노동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고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하는 관행 등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지적했으나, 애초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의 책임 또한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행동한 자’만 처벌하고 ‘지시한 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 에버랜드 등 남은 계열사 수사에서 더 윗선이 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하고 재판 과정에서 엄정한 판단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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