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청소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가 두발 자유화를 주장하는 집회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7일 ‘두발 자유화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적잖다. “학생답지 않다” “외모에 신경쓰느라 공부에 소홀하게 된다”거나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부터 경제적 부담이 커져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생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물론 부작용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두발 자유화는 헌법이 규정한 ‘신체의 자유’로, 어떠한 이유로도 제한하거나 유보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각 학교에 자체 공론화를 거쳐 내년 1학기 중 학생생활규정(학칙)을 개정하고 2학기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두발 길이 규제는 반드시 없애고 파마나 염색도 제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도 했다. 서울 중·고교의 84%가 길이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논란은 파마와 염색인데, 일부에서 나오는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실제 많은 대안학교나 혁신학교에서 파마와 염색이 자유롭지만, 기성세대가 우려하는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학생들이 방학 때 과도한 머리 모양을 하는 건 평소 제약에 대한 억압감과 반발감에서 나온 행동이라 보는 게 자연스럽다. 두발 상태를 탈선 또는 학업과 연관시키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이다.
사실 이번 선언은 이미 6년 전 제정된 서울 학생인권조례 조항을 재확인한 것이다. 2000년 중·고교 학생들이 청소년인권의 가장 기본적 이슈로 두발 자유화를 제기한 이래, 2005년엔 관행적인 두발 단속과 제한이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도 나온 바 있다. 일부에선 학교 규칙으로 두발 등 용의복장을 규제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반대하지만, 이 시행령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번져가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어서 명분으로 삼기 힘들다. 게다가 두발 자유화는 산적한 학생인권 문제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길들여지는’ 획일적 교육이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데엔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학교별로 학칙 개정을 공론화할 땐 되도록 학생들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충분한 자료 제공과 숙의를 전제로 스스로 규칙을 정해나간다면, 그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하는 학교’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려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믿음을 보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