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국제관함식에 초청받은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의 욱일기 게양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일 “일본은 욱일기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상자위대가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 달아달라’는 우리 해군과 외교부의 권고에도 전범기인 욱일기 게양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총리가 분명하게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일본의 관함식 참가를 불허하라는 요구까지 나왔지만, 이 총리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관함식은 주최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게 국제관례다. 일본 정부는 한국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욱일기를 게양하지 않는 게 옳다. 일본은 “욱일기는 자위대 함기이고, 함기 게양은 일본 국내 법령상 의무”라며 우리 요구를 ‘예의 없는 행위’라고 말하는데, 적반하장식 주장일 뿐이다.
1870년 일본 육군이 처음 사용한 욱일기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전면에 내건 깃발이다. 그 자체가 일본 군국주의의 호전성을 상징한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이 욱일기 게양에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해상자위대는 16줄기 햇살이 그려진 욱일기를, 육상자위대는 8줄기 햇살 욱일기를 사용해왔다. ‘침략 국가’ ‘전범 국가’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처사다. 독일이 형법 제86조에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 휘장, 제복, 슬로건을 배포하거나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며, 갈고리 십자가(하켄크로이츠) 등의 사용을 금지한 것과도 대비된다.
국제 사회는 욱일기를 고집하는 자위대와 평화헌법 개정을 공언한 아베 신조 총리를 바라보며,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욱일기를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