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는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출발을 위해 항공기로 걸어가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0·4 남북정상선언’ 기념식이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다. ‘10·4 선언’을 기념하는 행사가 남북 공동으로 열리는 것은 선언 발표 11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쪽의 정부·의회·민간단체 관계자 160명은 4일 서해 직항로로 평양에 도착해 북쪽 관계자들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한반도 평화의 훈풍이 부는 이때에 남북화해와 공동번영의 이정표를 세운 10·4 선언 기념행사를 남북이 함께 치르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이뤄진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인 10·4 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과제를 8개 항에 상세하게 담았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총론을 썼다면, 10·4 선언은 총론을 각론으로 진전시켰다. 올해 세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10·4 선언의 각론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북이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하기 위해 협력하고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올해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8년 들어선 보수 정부는 10·4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과거로 돌아가고 말았다. 남북이 그 정신을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북한 핵 문제는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관계도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이번 공동 기념행사의 의미는 더욱 크다. 특히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대규모 남북 공동행사여서 남북 협력의 분위기를 살려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방북단에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인 조명균 장관이 포함돼 북쪽과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을 놓고 후속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해찬 대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하니 남북 국회의 교류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내길 바란다. 함께 방북한 민간단체들도 교류를 다변화하는 데 필요한 창구를 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