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처 등을 논의했다. 방북 일정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는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고, 미국이 취할 상응조처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미가 구체적인 방북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아 섣불리 낙관하긴 이르다. 하지만 지난 7월6~7일 폼페이오의 3차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빈손’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견줄 때 북-미가 조속한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건 고무적이다. 특히 북-미가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이에 대한 참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처까지 논의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논의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게 한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두고 대립하며 교착해온 북-미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방북에서 두 나라가 이 부분에서 사실상 합의점을 찾았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환영할 일이다.
아직 북-미 간 구체적인 해법은 알 수 없다. 다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1단계 조처로 영변의 5㎿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등을 폐쇄하고, 그에 상응해 미국이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 등을 수용하는 이른바 ‘강경화 외교장관 중재안’에 대해 북-미가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을 것으로 보인다. 양쪽이 합의에 이르렀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다. 그동안 완전한 핵 신고를 전제로 한 종전선언을 고집하는 미국과 이에 반발한 북한이 한발짝씩 물러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자연스레 향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문제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또 한걸음 내디뎠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오찬에서 “오늘은 두 나라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좋은 날”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아직 비핵화와 평화정착까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북-미 모두 이번 방북을 통해 논의된 내용이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대장정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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