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정책에서 주요 근거로 활용되는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에 결함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공공 부문의 대표적 집값 통계인 한국감정원 자료가 신뢰성 시비에 얽혔다. 한국감정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여기서 내놓는 통계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결정에 주요 자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흘려넘길 수 없다.
2012년부터 발표해온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표본 수, 발표 주기, 데이터의 특성에서 상당한 약점을 띠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 동향의 표본은 7400개로, 전체 아파트 1038만채의 0.07% 수준이다. 이렇게 적은 표본에다 176개 시·군·구별로 세분화해 발표함에 따라 전체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대표성 문제가 커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간 단위의 짧은 주기로 발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주택은 주식과 달리 자주 사고파는 게 아니라는 특성과 맞지 않는다. 이는 실거래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또다른 결함과 연결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동향은 실제 거래되지 않은 표본주택에 대해선 호가나 인근 주택의 유사거래 사례를 활용한 것이어서 ‘가상 가격’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때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는데, 당시 주요 근거의 하나가 한국감정원 자료였다고 한다. 집값이 안정적인데 무리하게 세금을 올릴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앞서 나온 한국감정원 통계에선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경우 4월9일부터 7월9일까지 14주 연속 내림세인 것으로 기록됐다. 실상은 달랐다. 두달가량 늦게 고시된 국토부의 월간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강남4구의 아파트값이 6월에 전달보다 1.27%나 뛰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서도 국토부의 실거래가 지수와 한국감정원의 주간 동향이 서로 엇갈리는 흐름을 보인 사례가 많다.
주택시장의 특성상 잘못된 통계는 심리에 영향을 주어 시장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주간에서 월간으로 발표 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표본의 대표성 문제를 고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공기관의 통계는 속보성보다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현실을 담은 통계에 바탕을 둬야 올바른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실거래가 지수가 시의성을 갖지 못하는 문제는, 실거래 신고 기한(현행 60일)을 줄이는 조처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간 시세는 민간 분야 수치를 참고하는 등 이번 기회에 ‘집값 통계’ 잘못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