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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형제복지원 비극, 이제라도 특별법으로 치유해야

등록 2018-10-10 18:13수정 2018-10-10 18:53

국회 앞에서 시위 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회 앞에서 시위 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옥의 실화’. <한겨레>가 이런 부제를 붙여 2014년 8월30일치부터 3부작으로 연재를 시작한 형제복지원 탐사보도는 ‘복지원’이란 미명 아래 자행된 인권유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하며 지금까지도 거리에 나서고 있다. 30여년이 지난 이제서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인권유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하라고 요구했다. 국회는 입법에 나서고 검찰총장은 당연히 비상상고 권고를 따라야 하겠지만, 그런 정도로 과연 국가의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까. 수형자 3만8천여명 가운데 513명은 이미 그 안에서 세상을 떴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검찰과거사위가 10일 공개한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임을 다시 확인해주고 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 아래 1975년부터 87년까지 부산에서 사회복지법인 형태로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시민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은 물론 폭행에 의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무법천지의 인권유린 현장이었다. 경비원과 감시견을 대기시켜 놓은 채 석축 쌓기 등 강제노역을 시키는가 하면 일상화한 가혹행위와 구타 등으로 500명 이상이 숨진 것은, 지옥이란 비유가 과장이 아님을 말해준다. 경찰과 구청 공무원들이 막차를 놓쳐 역 대합실에서 잠자던 사람, 집 잃은 어린아이까지 부랑인이라며 강제수용한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16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이들이 요구한 실태 조사와 트라우마 상담 등 10개항을 수용한 건 부산시의 책임을 뒤늦게나마 인정한 때문일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가 외압에 의해 중단·축소된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오래전 일이긴 하나 검찰 조직 전체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개혁위에 이어 과거사위도 원장의 특수감금 행위를 무죄로 판단한 데 대해 비상상고해서 바로잡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별법을 통해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이 이뤄져야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이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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