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에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지난 9월 대전동물원 탈출 뒤 사살된 퓨마와 닮았다며 벵골고양이를 가져와 정부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그가 고양이를 학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정감사 첫날부터 일부 상임위가 파행하는 등 예전 모습을 반복했다. 10일 대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은 개회 전부터 고성이 난무했다. 김도읍·장제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운영비를 문제 삼아 그의 출석·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삼권분립 훼손을 이유로 반대해 격론이 이어졌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자유한국당)은 김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할 때 야당의 문제 제기에 답하는 식의 중재안을 냈지만,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이런 모습을 보인 건 매우 실망스럽다.
국회는 14개 상임위별로 이달 29일까지 20일간 753개 정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인다. 이번 국감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온전한 첫 국감이다. 여야 모두 날카롭고 냉정하게 임해야 한다. 야당이 정부의 각종 정책과 부처 운영 등에 관해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폭로나 공세는 자제하는 게 옳다.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을 상대로 한 정무위 국감에서 김진태 의원이 지난 9월 대전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발사 때보다 더 빨리 엔에스시(NSC)를 소집했다며 남북 정상회담 때문에 과잉대응했다고 주장한 것도 과도하다. 당시 엔에스시 소집은 없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김 의원은 퓨마와 닮았다며 벵골고양이를 국감장에 가져와 퓨마의 성질이 온순하다고 주장했는데, 전형적인 ‘눈길끌기’에 불과하다.
정부도 야당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어물쩍 넘기려 하거나, 공방으로만 맞서려 해선 안 된다. 과거에 많은 여당 의원이 정부를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잘못된 관행에서 먼저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정부를 견제하고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건 여야를 떠나 모든 국회의원의 소임이다.
1980~90년대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행정 대부분이 공개되는 요즘엔, 국정감사를 알차게 진행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래도 정치 불신, 국회 불신을 키우는 국정감사는 이번에 끝내기를 많은 국민이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