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채용 및 정규직화가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1일 공사가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가운데 108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이라며, 이를 현 정부의 ‘신 고용세습, 친 노동적폐’라 주장하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공사가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발생 뒤 안전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를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친인척 특채와 고용세습으로 변질했다며, 검찰 고발 검토와 함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통공사는 17일 해명에 나서, 무기계약직 채용자 가운데 임직원의 친인척이 108명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34명은 구의역 사고 이전 전환자이고, 사고 이후 안전강화 차원에서 채용된 74명도 제한경쟁(36명), 공개채용(38명)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교통공사는 ‘신의 직장’으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 공채 때 530명 모집에 지원자가 3만명 몰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이런 곳에서 임직원의 아들딸, 형제, 남매, 배우자, 며느리, 형수 등 친인척이 무더기로 채용되고 정규직화했다는 사실 자체에 사람들은 분노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2의 구의역 사고 방지를 위해 추진된 안전업무 종사자의 무기계약직 채용이 친인척의 일자리 세습으로 변질했다면, 엄중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교통공사 주장이 엇갈리는 상태라,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로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공식 요청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감사원은 신속한 감사로 관련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길 바란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과도한 정쟁화는 자제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을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 탓으로 돌리고, ‘서울시와 강성노조가 합작한 적폐’로 미리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 무기계약직에 채용된 몇몇이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점을 이유로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도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