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9월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연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나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친박단체 격인 ‘태극기부대’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빅텐트’로 일컬어지는 이런 보수 대통합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 ‘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한 자성과 인적 쇄신은 없이, 그에 책임 있는 인물과 세력을 끌어모아 몸집 불리기를 한다고 해서 보수의 ‘거듭나기’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황교안 전 총리의 정치활동 여부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지만, 자유한국당이 황 전 총리 앞을 기웃거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아래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음 줄 곳 없는 보수 유권자들한테서 주목받는다고 해서 ‘박근혜 정권의 2인자’이자 ‘탄핵 총리’였던 그를 당의 간판 대열에 합류시키겠다는 건 자가당착에 가깝다. 박근혜 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전원책 위원이 태극기부대를 두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 극우가 아니다. 보수 세력에서 제외할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인물 교체를 통한 쇄신이 필요한 시점에선 부적절한 발상이다. 특히 인적 쇄신을 책임진 전 위원이 할 말은 아니다. 전 위원이 추구하는 인물 교체, 쇄신이 도대체 어떤 방향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자유한국당은 나라를 이끌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했다. 10%대 초반의 정당 지지율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자유한국당에 필요한 건 지난 시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공개적인 사과, 과감한 인적 청산, 새로운 이념 좌표의 설정이다. 당의 ‘투톱’ 격인 김 위원장과 전 위원이 황 전 총리와 태극기부대를 껴안아 세를 키우겠다는 식의 행보를 보여선 당의 미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