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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실의 벽’ 넘지 못하는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

등록 2018-10-18 19:28수정 2018-10-18 21:21

지난 3일 ‘주거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주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주거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주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18일 발표한 ‘10월 셋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05%에 그쳤다. 6월 둘째 주 이후 4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 이후 과열 양상이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다수 무주택 서민에게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다. 집값이 최근 수년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탓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2014년 ‘9·1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직전 4억4천만원에서 올해 9월 5억9천만원으로 4년 동안 34% 올랐다. 강남 4구는 같은 기간 6억8천만원에서 10억1천만원으로 49% 올랐다. 소득 증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집값이 급등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 집을 마련하지 않아도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적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2022년까지 공공임대 65만호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호 등 공적 임대 8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 비해 물량이 대폭 늘어났고 지원 조건도 좋아졌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공공임대가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공공임대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발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노후 주택을 매입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지어 저소득층에 시세보다 30% 싸게 공급하는 ‘매입임대 주택사업’이 일부 구청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강북·강서·도봉·성북·양천·중랑구 등 6개 구청이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이미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최근 이들 6개구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건축 인허가권 등을 갖고 있는 구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사업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권 등은 집값이 비싼 탓에 사업 타당성이 떨어져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앞서 올해 봄에는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어 사회문제가 됐다.

주택 보유자가 자기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까지 반대하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소극적인 구청들의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투기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해자가 된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도 계획만 내놓는 게 능사가 아니며, 치밀한 대책을 세워 집행력을 높여야 한다.

▶ 관련 기사 : 서울 6개구 “우린 빼”…‘님비’에 막힌 ‘매입임대 주택사업’

▶ 관련 기사 : 1인·청년가구, 월세 45만원도 못 내는데 주거정책선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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