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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종철 사건’ 떠올리게 하는 사우디 언론인 피살

등록 2018-10-21 18:25수정 2018-10-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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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피살사건에 대해 사우디 정부가 20일(현지시각) 처음으로 자국 요원 개입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요원들이 카쇼기와 주먹다짐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발표함으로써 오히려 의문을 키웠다. 이는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때 경찰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국제 사회가 나서 발표의 진위를 가리고 배후를 밝혀야 한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서류 작업을 하러 갔다가 실종된 카쇼기는 아랍에서 존경받는 언론인이었다. 사우디에서 철권을 휘두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폭정을 비판하다 지난해 사우디를 떠나 미국에 머물러왔다. 카쇼기는 2001년 9·11 테러가 나자 “이슬람이란 관용과 공존의 신앙을 공격했다”고 비판했고, 2011년 ‘아랍의 봄’ 땐 “진정한 이슬람 정신은 평등과 인간애”라며 민중혁명을 지지했다.

카쇼기 실종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파문이 오히려 증폭됐다. 터키 언론들은 녹취록 등을 근거로 카쇼기가 영사관에 들어갔다 사우디 요원들에게 붙잡혀 손가락을 잘리는 등의 고문을 당한 뒤 7분 만에 참수됐다고 보도했다. 사건 배후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됐다. 국제 여론이 비등하자 사우디는 18일 만에 자국 요원들이 카쇼기와 대화 중 주먹다짐으로 번져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발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전개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사건과 빼닮았다. 경찰은 박씨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했지만,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씨의 억울한 죽음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아랍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카쇼기 죽음의 진상을 묻어두는 건 국제 사회의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의 헤게모니만을 고려해 사건을 적절히 묻고 타협하려 들면 국제적으로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카쇼기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아랍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 사회는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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