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국무회의를 열어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의결했다. 이들 문서는 남북 간 적대관계 종식, 교류·협력 증진, 철도·도로 연결, 이산가족 상봉, 비핵화 추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필요한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군사분야 합의서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서해 완충구역 설정, 비행제한구역 설정 등 남북 간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 방안을 담고 있어,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관계 진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선 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 합의서의 신속한 비준 절차가 불가피했다. 정부는 이제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국과의 이견을 사전 조율하며, 비준한 내용을 차질 없이 이행해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들 합의서의 실천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군사 긴장이 완화되면, 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만,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해놓은 상태에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먼저 비준한 것은 순서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본다. 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이 판문점 선언을 후속 이행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없다고 설명한다. 또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선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권이 요구되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 설명에 따르더라도 평양공동선언의 기본이 되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를 먼저 마무리한 뒤 평양공동선언을 처리하는 게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이런 뒤바뀐 순서를 맹비난할 자격은 없다. 판문점 선언의 비준을 나 몰라라 하고 정쟁화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 철도 연결이나 산림 협력, 판문점 비무장화 같은 일부 합의 사안은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9월11일 국회에 제출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은 아직 상임위 상정도 안 된 상태다. 남북관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이들 합의서를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다.
이번 일은 국회가 더는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볼모처럼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국회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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