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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 경고음’ 울리는데 ‘무사안일’ 빠진 정부

등록 2018-10-25 18:47수정 2018-10-25 18:55

성장률 떨어지고 증시 휘청이는데
알맹이 없는 원론적 처방만 되풀이
‘무소신·무책임’에 책임 물을 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이 0.6%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한은이 지난 18일 또 낮춘 연간 성장률 전망치 2.7%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투자가 부진한 탓이 크다. 그동안 투자를 이끌어온 반도체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반면, 다른 분야에선 투자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도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4 내려 206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월10일 이후 2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2033까지 밀리면서 2000선이 위협받았다. 최근 주가 하락은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변수에 따른 국제적 현상이지만, 우리의 경우 실물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증시까지 휘청이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안감이 더 커진다.

이처럼 사방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들이 이전 정부부터 오랜 세월 누적된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안 대응에서 무소신과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단적인 예로 ‘공유경제’를 들 수 있다. 정부는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카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서비스 등 민감한 분야는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다. “규제를 혁신해 공유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알맹이 빠진 원론적 얘기만 되풀이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 뒤 비공개 토론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에게 “카풀에 대한 국토부 입장이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김 차관은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커 관료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기 힘든 경우가 많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는 쪽이 있는 반면 불이익을 보는 쪽도 있다. 국가경제 전체 차원에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규제 완화를 추진하되, 수혜자와 피해자 간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카풀 문제가 불거진 게 언제인가. 1년이 넘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원론적 얘기만 반복하고 있을 건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실무 관료들이 ‘내가 보직을 맡은 1~2년 동안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지 말고 현안에 대해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라고 자꾸 미루면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만 떨어진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의 보고를 받을 때 “지난해와 뭐가 달라졌느냐”고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이젠 질책으로 끝낼 단계는 지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공직자에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직자들도 비상한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으면 물러나는 게 옳다. 무사안일한 공직자의 자리 보전을 위해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게 아니다.

▶ 관련 기사 : ‘카풀-택시 갈등’ 1년…진통 이면에 “관료들 폭탄 돌리기”

▶ 관련 기사 : 3분기 경제성장률 0.6%…투자 부진에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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