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생태계로 보아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난은 부품 협력업체, 판매·운송·정비 서비스 업체들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 모습. 현대차 제공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의 양대 축이다. 생산·고용·부가가치 기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웃돈다는 사실 따위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 재계 순위 1, 2위 그룹의 주력이 반도체, 자동차라는 데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들려오는 위기의 경고음은 건설, 조선 부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2011~2012년에 정점을 찍고 줄곧 내리막이었다. 위기 상황에 걸맞은 대응책을 지금껏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올 법하다. 완성차 5개사 중 압도적 1위인 현대차를 보더라도 영업이익률이 2011년 10.3%로 꼭지에 이른 뒤 올해 3분기 1.2%까지 줄곧 떨어졌다. 현대차에 이어 잇따라 실적을 발표한 쌍용·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을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 미-중 무역 갈등, 신흥국 경제난 같은 외부 요인들로만 돌릴 수 없다. 영업이익률로 대표되는 경영지표가 추세적으로 떨어졌음에 비춰 구조적인 늪에 빠졌다고 봐야 한다. 값이 싸지도 않고, 기술이나 디자인에서 질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라는 한국 경제 전반의 모습이 자동차산업에 그대로 배어 있다는 풀이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뿌리깊은 문제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협력업체들이 상생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 주도의 독과점 시장에서 산업의 터전인 부품 협력업체들이 약해지고, 그 결과는 국제 경쟁력의 동반 하락이었다. 완성차 업체 쪽에서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늦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완성차 업체 노와 사, 완성차와 부품 협력사 간에 힘과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업계 안에서 자율적으로 산업생태계를 바꿔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정부가 힘을 보태는 게 쉬워진다.
정부도 산업정책을 새로 짜고 구조조정 작업을 이끄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부품회사 여럿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잃은 업체의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일은 노·사·정 공동의 노력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사이의 관계가 좀더 대등해져야 경쟁력의 동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서비스 확산에 따라 세계 자동차시장에 격변이 일고 있는 현실은, 개별 기업 단위의 경쟁에서 벗어나 협업과 협동을 통해 힘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