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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 문학계에 풍성한 유산 남기고 떠난 김윤식

등록 2018-10-26 17:59수정 2018-10-26 20:39

생전의 김윤식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생전의 김윤식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근대문학 연구의 거목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82년 생애는 ‘한국문학’이라는 숲을 관통하는 삶이었다. 고인은 작품과 작가를 치밀하게 살핌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드넓은 시야로 우리 문학을 포괄했다. 그 깊이와 넓이라는 측면에서 고인이 이룬 업적은 독보적이었다. 200여권의 저서를 남기고 떠난 고인의 빈자리가 크다.

고인의 성취 가운데서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근대문학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고인은 반공 이념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일제강점기 좌익 문예운동단체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연구에 매진해 우리 근대문학의 기둥으로 세웠다. 이 탐구에 기반을 두고 쓴 <임화 연구>는 남과 북 양쪽에서 배척받은 월북 문인 임화의 활동과 작품을 방대한 분량에 담아낸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고인의 연구활동은 이광수·염상섭·이상을 비롯한 근대문학의 주요한 인물들을 조명하는 두툼한 연구서들로 이어졌다. 고인은 작가와 작품을 시대의 산물로 이해한다는 원칙을 문학사 연구의 방법론으로 삼는다고 자주 말했다. 문학사에 획을 긋는 저작들의 다수가 작가와 시대를 함께 아우르는 평전 형식을 취한 것은 이런 연구 방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인의 연구 범위가 하도 넓어 젊은 국문학자들 사이에서 ‘김윤식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고인이 현장을 떠나지 않는 문학비평가로 평생을 살았다는 점은 평론가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한국 문학사를 연구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당대의 문학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읽어 다달이 비평을 썼다.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 가운데 고인의 눈을 거쳐가지 않은 작품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읽기와 쓰기는 필사적이었다. 원로 비평가로서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샅샅이 읽는 지극한 정성은 문학 자체에 삶을 바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고인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연구와 집필의 노동을 멈추지 않았다. 작가·평론가들의 내면을 파헤친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을 세 권이나 잇따라 내놓은 것은 고인의 삶을 일관한 근면과 성실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그가 분초를 아껴가며 쌓은 연구와 비평의 업적은 우리 문학에 풍성한 유산으로 남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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