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손에 촛불을 들고 광화문 집회 현장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9일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서울 중심가를 수놓은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청계천의 작은 불빛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많은 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끌어모으며 끝내 박 대통령 탄핵과 새 민주정부 출범을 이끌어냈다. 지난 주말부터 서울 광화문에선 촛불 2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27일 기념집회에서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말했듯이, 한반도 전쟁 위기를 ‘평화’로 바꿔내고 미투와 위드유 운동으로 우리 일상을 뒤흔든 밑바닥엔 촛불 정신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만족스럽지 않을지 몰라도, 그렇게 지난 2년간 우리 사회는 몇걸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촛불의 의미를 폄하하고 그 성과 위에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맹비난함으로써 ‘촛불의 가치’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노골화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모든 사회 운동엔 반동이 뒤따르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긴 해도 아직 국정농단 주범의 사법적 단죄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들을 복권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26일 보수 지식인을 자처하는 320인이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을 발표한 건 한 사례일 뿐이다. 주말마다 박근혜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 집회가 열리는 상황이니, ‘극우’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헌정질서를 부인하고 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게 딱히 새로울 건 없다. 문제는 그런 국정농단 세력을 은근히 비호하고 부추기면서 그걸 ‘보수 부활’의 토대로 삼으려는 위험한 시각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10월26일) 추도식에서 눈물 흘리며 ‘박정희 정신’을 찬양하고, 자유한국당의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이 태극기 부대를 보수통합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건 대표적이다. 이런 인사들은 경제 어려움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보수의 불안감을 교묘히 파고들어, 오로지 ‘문재인 대 반문재인 전선’을 부추기는 데만 골몰하는 듯하다. 사회 전반의 잘못된 유산을 바로잡는 걸 과도하게 비난하고, ‘촛불이 혁명이냐. 혁명도 아닌데 청산만 외치냐’고 비아냥댄다.
‘촛불’이 혁명인지 아닌지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중요한 건 촛불집회에서 제기된 광범위한 사회 변화의 요구를 실천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사회 변화의 폭과 내용에선 다양한 시각과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년 전 절대다수 국민의 탄핵을 받은 박근혜 정치세력을 복원하고 그 원천인 ‘박정희 이데올로기’ ‘개발독재 신화’에 다시 기대려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2년 전 촛불이 처음 출현해 들불처럼 번져나갈 시기에 진보뿐 아니라 보수 세력까지 폭넓게 공감했던 민주주의와 불평등 타파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