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29일 오후 서울 중구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스피가 2000선이 무너졌다. 29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31.10 떨어진 1996.0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20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6년 12월7일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도 5% 넘게 급락했다. 고용과 투자 등 실물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주식시장까지 흔들리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주가 급락은 일차적으로 대외 변수의 영향이 크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29일에도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떨어졌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하락 속도가 유독 가파르다는 점이다. 10월 들어 2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4.8%와 23.4% 내렸다. 무역전쟁의 당사국인 중국 상하이지수(-9.9%)보다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국내 경기가 점점 둔화되고 있어 당분간 증시가 약세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이날 증시 개장 전에 ‘금융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증권유관기관 중심으로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증시 안정 대책’을 내놨으나 역부족이었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이 16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 자금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안 된다. 또 실효성 여부를 떠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주가 급락의 충격은 증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물경제 악화와 함께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망설인다. 그만큼 경제 회복은 멀어지게 된다. 정부가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앞으로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국내 증시가 외국보다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몇몇 수출 대기업에 편중된 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들의 주가 하락이 전체 지수의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한계가 증시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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