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런 방향으로 강한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평화당이 반대하고, 일부 지역 주민들도 회의적인 눈길을 보낸다고 한다. 새만금 개발 30년사를 되돌아보면, 주민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새만금 개발의 출발점은 1987년 대통령선거 때 노태우 후보의 공약이다. 국내 최대의 갯벌을 메워 농지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농업 공약이 아니라 토건과 개발 공약으로 간주됐다. 천혜의 갯벌 생태를 파괴하고 지역 수산업을 몰락시키는 개발사업은 2006년에야 물막이 공사를 끝냈다. 하지만 291㎢에 이르는 땅을 어디에 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첨단산업단지 조성부터 골프장 100개 건설까지 별의별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졌다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정부의 의지 부족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삼성그룹은 2011년 7조6천억원을 투자해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양해각서를 맺고도 2016년 계획을 철회했다. 사업성에 가장 민감한 기업이 투자를 포기한 이유도 살펴야 한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전북 주민들 처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업 실행이 중요하다. 또한 생태 파괴로 시작된 사업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의 상징성도 크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유망한 미래 산업의 하나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생태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실질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새만금이 거대한 황무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는 곳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