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속 한 기업 회장의 사내 폭행과 엽기적인 갑질 행각은 인간의 ‘끝’을 보여주는 듯했다. 직원을 한낱 도구나 개돼지 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인격말살 행위다.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 ‘기업이 잘돼야 직원들이 산다’ 같은 논리는 직장 내 갑질이 만연한 배경이 됐다. 극단적이긴 하나 이번 사례를 단순히 어느 ‘사이코패스’의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30일과 31일 잇달아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전 직원의 뺨과 뒤통수를 때리고 무릎을 꿇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임직원들에게 색색의 머리 염색을 시키는가 하면, 닭을 죽이도록 강요하는 워크숍 장면도 공개됐다. 동영상에서 양 회장은 “살려면 무릎 꿇어”라고 소리친다. 곁의 한 사람만 말리려 할 뿐, 다른 직원들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왕국인 셈이다. ‘기념품’으로 삼겠다며 그가 이 동영상을 찍게 했다는 데에선, ‘누가 감히 폭로하겠냐’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양 회장이 실소유하고 있는 웹하드 업계 1, 2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디지털성범죄 산업구조를 급팽창시킨 ‘불법촬영물 카르텔’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아왔다. 불법촬영물 피해자의 좌절과 눈물로 이윤을 얻은 기업, 그 기업에서 직원들 또한 인간 이하 대우를 받고 있었던 셈이다. 그를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 등으로 수사중이던 경찰은 폭행·상해죄 등의 혐의 추가 적용도 검토한다고 한다. 폭행뿐 아니라 이 기업의 이윤창출 구조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직장 내 갑질은 만연해 있다. 그동안 기업인 ‘갑질’ 폭로가 이어졌는데도 이처럼 잊힐 만하면 터져나오는 것은 ‘내가 직원들을 먹여살린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정법 적용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도 적잖다. 기업인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노동자들이 노조 등을 통해 직장문화를 바꿔가는 노력, 그리고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는 법사위에 계류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노동자들은 인격까지 회사에 판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