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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퇴행적인 일본의 ‘강제징용 판결’ 대응, 우려스럽다

등록 2018-11-02 18:08수정 2018-11-02 19:12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중의원에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도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으니 배상이나 화해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일 간 켜켜이 쌓인 과거사 문제를 50여년 전 체결한 협정문 한장을 방패 삼아 피해가려는 태도에서 한치도 바뀐 게 없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베 총리는 한술 더 떠서 그동안 사용하던 ‘징용공’ 표현 대신 앞으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징용’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강제동원의 불법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속 보이는 노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반성과 성찰은커녕 사태를 호도하는 퇴행적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1965년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증언과 연구 성과가 쌓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려는 열린 자세가 절실하다.

일본 정부가 처음부터 “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됐다”는 입장이었던 것도 아니다. 1990년대까지도 ‘개인 청구권’을 인정했다. 야나이 지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은 1991년 8월 참의원에 출석해 청구권협정을 두고 “외교보호권을 포기한 것이며 개인의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에서 소멸시킨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의식은 1990년대 초 냉전 종식과 함께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면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시대 흐름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인다면, 일본 정부가 ‘이미 다 끝난 문제’라며 무조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한국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거 정부의 일이지만, 어쨌든 청구권협정의 한쪽 서명 당사자다. 또 오랫동안 피해자 권리구제 노력을 소홀히 했다. 우선 ‘65년 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와 원폭 피해, 사할린 동포 문제 등 세가지를 빼곤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맞게 재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한-일 간 외교적 해법 모색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섣부른 합의는 오히려 사태를 꼬이게 한다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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