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웹하드 업체가 불법 영상물 헤비업로더를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웹하드 ‘위디스크’를 운영하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직원은 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회사 운영팀이 성범죄 동영상 등을 일삼아 올리는 헤비업로더들과 미팅을 해왔다고 밝혔다. 헤비업로더들이 감사 표시로 직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양쪽의 관계를 ‘상생관계’라고 표현했다.
이번 증언은 잇따라 폭로되는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인 가혹·폭력 행위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양 회장의 엽기 행각도 경악스럽지만, 웹하드 업체가 성범죄 동영상 유통의 한 축이었다는 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범죄다. 웹하드 업체가 불법 영상물 유통을 소극적으로 방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자를 양성해온 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불법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반사회적 범죄라 할 수 있다. 불법 영상물에 찍힌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도 있는데, 그 뒤에도 웹하드에선 이 여성의 영상물이 버젓이 거래될 정도였다고 한다. 양진호 회장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동영상 등을 의도적으로 유통하는 웹하드 업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양 회장 회사 사례에서 보면,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 영상물을 걸러내는 기술적인 조처를 제대로 했을 리 없다. 그동안에도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 영상물 필터링에 따른 수익 감소를 피하려고 다양한 우회 경로를 열어뒀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가짜 페이지’ 운영이 대표적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지난 1일 열린 토론회에서 웹하드 업체가 불법 영상물을 모니터링하는 경찰이나 시민단체들에 보이는 페이지와 일반 사용자들에게 보이는 페이지를 분리해 운영해왔다고 공개했다.
이번 기회에 성범죄 동영상 등의 거래를 방조하는 ‘웹하드 카르텔’을 뿌리 뽑는 게 절실하다. 시민단체에선 불법 영상물 유통을 통해 얻은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고, 국회에도 웹하드 카르텔 관련 법안이 80여개 제출돼 계류중이라고 한다. 경찰 수사와 함께, 국회도 관련 법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