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이 지지부진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는 양면적이다. 규제를 완화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는 쪽이 있는 반면 피해를 보는 쪽도 있다. 카카오 카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단적인 예다. 기술 진보에 따른 산업생태계 변화는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디지털 지식기반 경제는 혁신에 따른 성과 배분에서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혜자와 피해자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한 분배 구조를 제대로 구축해야 혁신성장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5일 ‘2018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제안한 ‘규제 완화-분배 확대의 빅딜’은 주목할 만하다. 박 회장은 “노동과 자본 투입을 늘리는 양적 성장 방식은 이제 맞지 않는 옷“이라며 “기술 진보와 산업간 융복합을 통한 질적 성장이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자유롭게 혁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명과 안전’ 같은 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들은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동시에 “혁신과 변화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불평등 이슈에 적극 대응하되 민간의 비용 부담을 높이기보다는 직접적 분배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사회안전망 확충과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과 공론화를 거쳐 큰 그림을 갖고 분배정책을 추진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을 둘러싼 갈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자는 것이다.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회장의 제안이어서 무게가 실린다.
박 회장의 빅딜 제안이 성사되려면 먼저 재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양보할 게 많은 쪽이 앞장서는 게 순리다. 박 회장은 평소 법인세 인상에는 부정적이지만 소득세 인상은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부자 증세’를 통한 분배정책의 재원 마련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박 회장도 전국 18만명의 회원들을 대표해 모인 회장단 40여명에게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해관계를 떠나 외면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도 중간에서 어정쩡한 태도만 계속 보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적 대화를 주선하고 절충점을 이끌어내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혁신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지 구체적인 룰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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