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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협력이익공유제’가 ‘대기업 때리기’라는 억지

등록 2018-11-07 18:54수정 2018-11-07 19:51

중소벤처기업부가 6일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해 연내 ‘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신제품 개발 등 협력사업을 진행해 새로운 이익이 창출되면 공유하는 모델이다. 이를 두고 보수신문들이 기사와 사설로 맹비난을 퍼부었다. “대기업 때리기”로, “반시장경제적 포퓰리즘”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첫째,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은 의무가 아니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정부는 법인세 감면과 정책자금 지원 조건 우대 등 인센티브를 줄 뿐이다. 대-중소기업의 자발적 상생협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어떻게 대기업 때리기라는 말인가. 그런데도 이들 신문은 아무 근거도 없이 “검찰·경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을 동원해 도입을 강제하고 ‘블랙리스트’처럼 운용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억지 주장이다.

둘째,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게 시장경제 원칙이 아니다. 그건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논리다. 각종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다. 대-중소기업 양극화는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시장 실패 사례다. 또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를 초과 달성한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와 다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하려다 재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도 이들 신문은 “정부가 대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중소기업에 나눠주려 한다”며 “대기업의 이익을 나눠 먹자는 풍조에 빠지면 기업 혁신 능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왜곡이다.

셋째, 협력이익공유 모델은 이미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입법화하기로 한 것은 제도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세금 감면 등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모델이 확산되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초유의 법”이라고 시비를 걸 일이 아니다.

또 이들 신문은 “협력이익의 규모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겠느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을 부를 것이다” 등의 문제도 제기한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데 눈을 밝히고 안 되는 이유만 찾아내 트집을 잡고 있다. 특히 일부 신문은 “대기업들이 협력이익공유제를 피해 해외로 사업장을 대거 이전해 국내 협력업체들을 다 죽이는 정책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에만 이익을 더 나눠준다면 국제 통상마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억측일 뿐이다.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한 혁신성장은 시대적 과제다. 입으로만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걸핏하면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 협력이익공유제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도 제도 도입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실질적 성과를 내 상생협력의 모델로 정착하도록 실행계획을 치밀하게 마련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관련 기사 : 대-중소기업 ‘협력이익공유제’ 연내 법제화 추진

▶ 관련 기사 : 대한상의·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 공동선언문’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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