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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트럼프의 ‘분열과 증오’ 정치에 제동 걸렸다

등록 2018-11-07 19:07수정 2018-11-07 19:2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 상원에선 공화당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하원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의회 권력을 공화당과 민주당이 나눠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제대로 된 의회 견제 없이 질주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엔 일단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의 패권적이고 막무가내식 행태에 실망했던 전세계 많은 이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흑인이나 이민자 등 소수 계층과 무슬림·여성 등에게 적대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공공연히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며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무슬림 혐오 범죄엔 비난 성명을 내는 것을 망설여 “혐오 범죄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폭발물이 배달되고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을 비롯한 ‘증오 범죄’가 잇따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하원 승리는 ‘분열과 증오’ 정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심판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투표용지에 내 이름은 없지만 이번 선거는 나에 대한 국민투표”라며 지지를 호소했는데, 미국 유권자는 ‘그런 식의 국정운영은 안 된다’고 대답한 셈이다. 물론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지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이번 중간선거는 진보-보수의 갈등이 더욱 심해졌고 이걸 치유하는 것 또한 훨씬 어려워졌다는 걸 미국 사회에 일깨웠다고 말할 수 있다.

상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고 의석 격차를 늘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와의 무역 전쟁은 심해지고, 이민자를 규제하고 미국 내 소수민족의 권리를 약화하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민주당이 법률과 예산 심의, 청문회 등 하원의 권한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정책 추진을 견제할 수 있게 된 건 의미가 있다. 앞으로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힘으로 세계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를 좀더 앞에 내세우는 품격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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