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5월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 뒤쪽)과 회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가 발표된 직후 미국은 ‘일정 조정의 문제’라며 ‘곧 다시 날짜가 잡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은 북-미 회담 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일정 조정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상황을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 종료 뒤 ‘북한과 관련한 상황 진행에 만족한다’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한 것이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국면이다.
미국 행정부에서 나오는 말들은 여전히 ‘제재·압박’에 강조점이 찍혀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순방을 앞두고 언론 기고문에서 “전례없는 외교적·경제적 대북 압박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중 외교안보대화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서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대북 제재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붙들어두는 데 힘을 주었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북한에 유연한 대응을 할 것이라던 일부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압박 메시지를 내고 있다.
북한의 대응도 심상치 않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면서도 외곽 매체를 동원해 미국의 제재 압박을 성토하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선신보는 ‘핵·경제 병진노선’까지 에둘러 다시 언급하고 나섰다. 북-미 협상에 난국이 조성된 것이라고 볼 것까지는 없겠지만, 양국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미의 이런 밀고 당기기가 어렵게 쌓은 신뢰를 흔드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더구나 북-미 대화가 늦춰지면 남북협력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동안 경험으로 분명해졌다. 정부는 북-미 줄다리기가 협상 자체를 엇나가게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마침 조명균 통일장관이 13일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북-미가 서둘러 대화 궤도에 복귀하도록 우리 정부가 중재안을 마련해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절충점을 제시하는 것이 지금 국면에선 필요해 보인다. 이대로 가면 ‘교착’이 장기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