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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BTS 논란에 비친 한-일 관계의 씁쓸한 풍경

등록 2018-11-11 17:39수정 2018-11-11 18:58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급작스러운 일본 방송 출연 무산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더욱 멀어진 한국과 일본 관계의 현주소를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 아베 정권이 ‘구 징용공’이란 표현 대신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를 공식용어로 일원화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11일 나왔다.

자세한 내막은 확인되지 않지만, <티브이 아사히>가 생방송 전날 출연 취소 결정을 내린 데는 쏟아지는 극우세력의 항의 및 시위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2011년 한류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한 <후지티브이>에 대한 시위와 ‘때리기’가 벌어진 뒤 시청률이 급락했던 전례가 있다. 물론 뭐라 해도 1년여 전 한 멤버가 입었던 광복절 티셔츠를 문제삼는 건 편협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사진은 그동안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가 지난달 한국 관련 기사를 모아 보여주는 한 사이트에 부각되며 이슈가 됐다. 인류의 비극인 원폭 투하 사진을 써서 일본의 패전을 표현한 것은 분명 적절치 않지만, ‘반일’을 의도한 것도 아니요 방탄소년단 멤버의 책임은 더더욱 아니다. <엔에이치케이>(NHK) 등에서 줄줄이 방탄소년단 출연 검토가 취소된다는데, 이런 식의 대응은 전세계에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 문제를 환기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다만, 이런 때일수록 한국도 일본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했으면 한다. 방탄소년단 출연 취소에 대해선 ‘촌스러운 대응’이며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가 여기까지 이른 데는 일본 법원에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 20여년 전부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의 힘이 컸다. 11일 도쿄에서 20여 단체가 모여 결성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대표적이다. 보수화되고 혐한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강제징용은 식민지 지배로 빼앗긴 개인의 존엄 문제”라는 믿음 속에 쉽지 않은 세월을 헤쳐온 이들의 울림은 크다.

극우세력과 일본 정부에 대해선 당당히 비판하고 요구하되, 일본인들의 양심에 대한 호소와 연대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일본 정부도 최근 문화·스포츠 등의 교류는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힌 만큼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 13일부터 시작되는 방탄소년단의 일본 투어가 한-일 시민 마음에 작은 가교를 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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