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위원들의 지역구 민원 챙기기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 전체 예산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의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5일 시작된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예산 심의는 뒷전으로 한 채 지역구 예산 따내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예산 심의는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하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늦은 밤에 민원을 쏟아낸다고 한다. 이 시간대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덜 받기 때문이란다. 8일엔 민원성 질의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갈수록 꼼수만 늘고 있다. 또 야당 위원들은 낮에는 정부 정책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다가 밤에는 “장관님, 꼭 해주실 걸로 믿는다”며 태도가 돌변한다고 하니, 염치고 체면이고 없는 듯싶다.
여론의 질타에도 이처럼 지역구 민원 챙기기에 나서는 건 다음 선거를 겨냥해서다. 지역구 사업 관련 예산을 따내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비판하는 기사를 의정활동 홍보자료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돌리는 의원도 적지 않다.
조만간 예결특위의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가 가동되면 지역구 민원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예산소위는 사업별로 예산의 증액 또는 감액을 결정하는데, 동료 의원들로부터 자신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을 배정해달라는 ‘쪽지 예산’이 몰려들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정상 심의를 거치지 않은 예산을 막판에 끼워넣는 것은 국회법 위반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해를 끼친다. 예산 편성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예산이 끼어들면 꼭 필요한 예산이 빠질 수 있다.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이다.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국회가 꼼꼼히 심의해야 한다. 정부 사업이 효율적인지, 선심성 예산이 들어 있지 않은지, 낭비 요인은 없는지 등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이기에 앞서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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