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북한 대사기극”은 왜곡
중간선거 후 북-미 협상에 찬물 우려
미국 보도 국내에서 ‘무책임한 키우기’
중간선거 후 북-미 협상에 찬물 우려
미국 보도 국내에서 ‘무책임한 키우기’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20여곳 중 13곳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을 맹비난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 회의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대체로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거나,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탕한 것이라는 점에서 옳지 않다. 이제 막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시점에 북-미 핵협상은 양쪽이 힘겨루기를 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분명한 객관적 근거도 없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건 우려스럽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확인했다면서도, 황해북도 삭간몰 기지 1곳을 빼곤 나머지 기지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군사분계선에서 85㎞ 떨어진 산악 계곡에 위치한 삭간몰 기지는 1991년 조성돼 1999년 9월 스커드 미사일 27기를 배치했고, 2018년 11월 현재 7개의 지하터널 시설 등을 여전히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드러난 비밀기지는 분명 아니다. 2016년 3월엔 북한이 이곳에서 미사일을 쏴,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또 사정거리 500㎞ 이하인 스커드 미사일을 운용하는 기지로, 미국 타격용인 사거리 수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뉴욕 타임스> 등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 해체를 약속해놓고 숨겨진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며 “거대한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미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및 북한 정권을 향한 민주당과 미국 언론의 비호감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기지의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게 ‘팩트’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앞으로 북-미 협상 과정에서 논의되고 해결될 사안이긴 하나, 이걸 두고 ‘북한이 사기 쳤다’고 보도하는 건 왜곡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보수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문재인 정부 비난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이 <뉴욕 타임스> 보도에 관해 사실 확인 차원의 설명을 하자, 일부 신문은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미국발 기사의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 정부 비판에 활용하려는 건, 정치 행위일 뿐 언론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미국 연구기관이나 언론이 대북 강경론을 부추기는 보고서를 내거나 보도를 하면, 이를 국내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정부 대북정책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소재로 이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파장을 키우려는 대북 강경론 커넥션을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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