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근절 입법 당정협의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부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진선미 여성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웹하드 사업자를 정점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은 알려진 것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다. 경찰이 16일 발표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면, 성범죄 동영상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들을 차등해서 관리해온 대목이 새로 눈에 띈다. 업로더 가운데 우수회원을 뽑아 준회원, 정회원, 으뜸회원 등으로 등급을 나눠 수익률을 5~18%로 차등 지급했고, 회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다달이 다른 회원의 요청 자료를 30건 이상 올리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기 위해 서바이벌 오디션 같은 경쟁 체계까지 운영했다고 하니 수법의 저열함과 무감각한 인식 수준이 놀랍다. 이번에 검찰에 송치된 업로더 61명 가운데는 이런 식으로 2억원 넘게 수익을 올린 이도 있다고 한다. 돈을 노리고 타인의 인격을 살해한 청부업자나 다름없는 이들의 죄질은, 이를 교사한 웹하드 사업자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참에 필터링 업체까지 포함해 카르텔의 고리를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자세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를 검경 수사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입법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카르텔의 고리를 끊으려면 관련 법률을 패키지로 손봐야 한다. 이를 위한 상당수 법안이 이미 제출됐지만 입법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서랍 속에 넣어둔 답안지를 꺼내지 않는 꼴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6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 입법 협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다짐하고 야당 협조를 요청했다. 사회 구성원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조직범죄’ 해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너무 늦은 정의’가 되지 않도록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을 써서라도 이번에 꼭 입법을 마무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