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의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한-미 워킹그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출범했다. 한-미 양국은 워킹그룹 회의를 정례화해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협력 문제를 체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워킹그룹에는 한반도 현안을 담당하는 양국 정부의 실무자들이 두루 참여한다. 한-미가 대북 문제 전반에 대해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논의의 틀을 짠 것은 긍정적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두 나라 사이에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더 따져보면, 비핵화 문제를 우선시하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이견을 보이며 제동을 건 것이 워킹그룹 가동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점을 보였다. 워킹그룹이 이런 인식의 차이를 조율해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첫 회의에서 미국이 남북 간 현안인 철도·도로 공동조사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워킹그룹의 향후 활동에 기대를 품게 하는 소식이다. 애초 남북은 지난달 하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를 시작해 11월말~12월초에 착공식을 열기로 했으나,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일정이 지체돼왔다. 남북협력 사업의 관심사인 철도·도로 연결 문제에서 미국의 공개적 지지를 확보한 것은 워킹그룹 회의의 성과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워킹그룹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긍정적인 면만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일말의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워킹그룹이 출범한 당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보다 앞서가면 안 된다면서 워킹그룹 가동이 한-미가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남북교류 견제용으로 쓸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런 우려를 씻어내려면 양국이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 나가야 한다. 워킹그룹이 한-미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가속화하고 비핵화 진전에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