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구의 소득 감소가 심각하다.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늘어나는데 유독 저소득층만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3분기 월평균 소득이 475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6% 증가했다. 2014년 1분기(5%) 이후 가장 높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로 보면, 고소득층과 중간층은 소득이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은 줄었다. 특히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8.8% 증가했으나 1분위(하위 20%)는 7% 줄었다. 3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 결과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 5분위 소득이 1분위의 몇배인지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이 5.52배로, 2007년 3분기(5.52배) 이후 가장 컸다. ‘소득 격차 해소’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계동향 조사 통계에서 나타난 상황의 엄중함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대한 신속하게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분위 소득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일자리 감소, 내수 부진, 고령화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1분위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22.6% 줄었는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가구 소득에 양면적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을 4.5%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월급여 200만원 이상 임금노동자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57%에서 올해 61.7%로 높아지면서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것도 최저임금 인상 덕분이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엔 부정적 영향도 끼쳤다. 1분위의 가구당 취업자 수가 지난해 0.83명에서 올해 0.69명으로 16.8% 줄었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겹치자 고용을 줄인 결과로 보인다. 저소득층이 주로 취업하는 임시·일용직이 1년 사이 22만8천명(-3.5%) 감소했다.
소득 격차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누적된 결과여서 단기간에 해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다만 경제 체질 개선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맞춤형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 임시·일용직이라도 저소득층이 당장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일부에선 미봉책이라고 비난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실상을 외면한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근본 대책과 긴급 처방은 상호보완적이다. 국회는 예산 심의에서 저소득층 일자리 예산을 최대한 배정하고, 정부는 연초부터 관련 예산을 집중적으로 집행해 저소득층의 생활고를 풀어줘야 한다.
▶ 관련 기사 : 기초연금 올렸는데…하위 20% 가구소득은 7% 줄었다
▶ 관련 기사 : 3분기 하위 20% 소득 7%↓… “고용·내수 부진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