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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인권 각성’을 촉구한다

등록 2018-11-29 17:20수정 2018-11-29 20:27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달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이어 이번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하는 확정판결이다. 이번 소송의 피해자들 역시 일본과 한국 법원을 거치며 20년 이상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했고 그사이 대부분 고인이 됐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그런데도 가해자인 일본은 이번에도 ‘국제법 위반’ 운운하며 반발하고 나섰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내에서도 재판을 지연시켜온 대법원뿐 아니라 국민의 인권과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정부 역시 커다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대법원 2부는 29일 일본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등에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되거나, 히로시마 기계제작소·조선소 등에서 임금도 없이 노동을 강요당한 양금덕(87)·정창희(95)씨 등 피해자들과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8천만~1억5천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미 지난달 강제징용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일본은 판결 직후 고노 다로 외상 명의 성명을 통해 “일-한 청구권협정은 일-한 간의 기초”라며 “우호 협력관계의 법적 기초를 근본부터 뒤집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밝혔듯이 한-일 청구권협정문이나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없다. 일본 외무성 국장도 1991년 8월 참의원에서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킨 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의 과거사를 성찰해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법의 대원칙으로 돌아오길 촉구한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도 소멸시효와 관련해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대법원에서 반인륜적 범죄에는 소멸시효를 두지 않는 쪽으로 판례를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책임이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과 대법원 판례의 괴리를 해소하는 한편, 외교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 민족사의 비극을 재판거래 대상으로 삼았던 대법원 역시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는 것만이 책임의 한조각이라도 갚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가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가족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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