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균형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결혼·출산·육아나 가족 돌봄 등으로 경력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흔히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동아제약 광고화면 갈무리
결혼,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이 올해 4월 기준 184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만5천명 늘어난 수준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2014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약 185만명인 경력단절 여성은 15~54살 전체 기혼여성(900만5천명)의 20.5%에 이른다. 2015년 21.7%, 2016년 20.5%, 2017년 20.0%로 떨어지던 흐름의 역전이다. 남녀평등, 일과 삶의 균형이란 구호가 직장 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다. 여기에 경기 침체에 따른 재취업 여건의 어려움이 겹쳐 있는 듯하다. 경력단절 뒤 다시 취업한 15~54살 기혼여성이 작년 3월보다 50만7천명 줄어든 208만3천명에 머문 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2014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며, 최저 수준이다.
경력단절이 많은 이유로는 열악한 육아 환경이 꼽힌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단절 사유는 결혼(34.4%), 육아(33.5%), 임신·출산(24.1%), 가족 돌봄(4.2%)이었는데 결혼과 임신·출산은 육아 문제와 선후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육아를 직접적인 단절 사유로 꼽은 이의 비중이 2016년 30.1%, 2017년 32.0%로 높아지고 있다.
여성들이 높은 학력·능력에도 경력단절을 피하지 못하는 건 개인적으로 자아실현의 기회를 잃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커다란 손실이다. 여성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 한창 일할 때인 20~30대에 직장을 한번 떠나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용케 다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역량에 걸맞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수가 많다. 성별 임금격차,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화라는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경력단절의 주된 사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여성이 직장과 가정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육아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절실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민간 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건 물론,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낡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앞장서 종일·장시간 근무제를 유연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저출산·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여성의 사회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