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의 영향은 양면적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예외가 아니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고용 사정 악화의 한 원인이 됐지만,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개선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3일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중 시간당 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시급 7675원)에 못 미치는 노동자 비중이 15.7%(315만명)로 1년 전(21.5%)보다 5.8%포인트 줄었다. 이 비중은 2015년 24.5%까지 치솟았다가 해마다 1.1~1.9%포인트가량 감소했는데, 올해는 그 폭이 두드러졌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덕분이다. 또 임금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 축소 효과도 나타났다. 월 임금 총액 기준으로 임금을 가장 적게 받는 하위 10%의 임금이 9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만원 늘어난 반면, 상위 10%는 454만원으로 4만원 늘어났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 격차가 지난 1년 새 5.63배에서 5.04배로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중 월급 200만원 이상 노동자 비중이 61.7%로 1년 전의 57%보다 4.7%포인트 높아졌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6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도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측면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균형감을 잃은 태도다. 더욱이 ‘기승전-최저임금’ 식으로 경제 사정이 나빠진 원인을 모두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는 건 정치적 의도로밖엔 읽히질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수준을 계속 높여가야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7530원)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311만명으로 전체의 15.5%에 이른다. 여전히 300만명이 넘는 임금노동자들이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공급 과잉, 온라인 거래 증가,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이중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영세기업, 자영업자 모두 지원이 필요한 경제적 약자다. 정부는 올해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이달 말 발표하는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지속가능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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