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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뜻깊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환영한다

등록 2018-12-04 18:39수정 2018-12-04 19:02

지역 노동계 광주시에 전권 위임 물꼬
노사민정 힘 보태어 사회적 타협 유도
현대차노조·민주노총, 대승적 판단을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6일 협약 조인식을 연다. 지난 달 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가운데)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진행된 원탁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6일 협약 조인식을 연다. 지난 달 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가운데)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진행된 원탁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 상생의 ‘광주형 일자리’ 모형인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사이 투자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광주시는 현대차와 함께 6일 광주에서 투자협약 조인식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6월에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낸 뒤 6개월 만이다. 지역사회 고용난에 숨통을 여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울림을 주는 새 고용창출 모형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달엔 광주시와 지역 노동계의 합의안을 현대차가 거부해 좌초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지역 노동계가 광주시에 협상 전권을 맡기고, 중앙·지방 정치권과 지역 시민사회가 나서 추가 협상을 독려함으로써 물길을 다시 돌려 다행스럽다.

광주형 일자리 협약서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대략 알려진 것은 광주시가 590억원(자기자본금 2800억원의 21%)을 들여 설립하는 법인에 현대차가 530억원(19%)을 투자하는 내용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공장은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 1000㏄ 미만 경형 에스유브이(SUV)를 연간 10만대씩 생산한다. 여기서 비롯되는 일자리는 직간접으로 1만2천개에 이를 것이라 한다. 노동계가 낮은 급여(초임 연봉 3500만원 수준)를 받아들이는 대신 지역 정부와 업체가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만드는 타협 방식이다. 광주시는 주택·교육·의료 서비스를 지원해 실질임금을 높여주게 된다.

무산될 뻔했던 광주형 일자리를 되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사실 못지않게, 노·사·민·정이 함께 팔을 걷고 나서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특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런 상생과 타협의 정신이 합작공장 설립 이후에도 뒤를 받쳐줄 든든한 배경이 되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전체 이해당사자를 아우르는 ‘사회적 타협’을 통해 새 사업 모형을 만들고 고용난을 헤쳐나가는 좋은 선례다. 다른 지역, 다른 업종에서도 이런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현재 한국 제조업에 닥친 구조적 위기를 생각할 때, 다양하게 변주된 형식으로 계속 실험을 해나갈 만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광주형 일자리는 거의 매듭 단계고, 그다음으로 군산형 일자리를 준비 중”이라고 말한 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낙관만 하기엔 아직 이르고 숙제도 많이 남아 있다. 완성차 공장을 잘 운영해나가야 한다는 중장기 과제 외에 당장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같은 의제에서 복병을 만날 수 있다. 기존 완성차 노동자들의 처지를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노조·민주노총의 반발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선 노동계가 광주 시민사회의 바람을 고려해 대승적인 판단을 했으면 한다. 정부 당국 또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쪽으로 제조업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게 궁극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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