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선정한 과거사 사건을 조사 중인 진상조사단이 최근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비공개로 불러 진술을 들었다.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친동생이다. 조사단은 방상훈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전 티브이조선 전무도 소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용훈 사장을 겨우 3시간 조사했다니 면피용 겉핥기 조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방용훈 사장은 2007년 10월 서울 청담동 중식당에서 장씨가 참석한 가운데 각계 유력인사들과 저녁 모임을 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듬해 가을 대검 간부, 주류업계 회장 등과 만나는 자리에도 장씨가 동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 전무 역시 2008년 10월 장씨가 동석한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장씨는 숨지기 전 쓴 마지막 글에서 2008년 9월 ‘조선일보 방 사장이란 사람’의 룸살롱 접대에 불려나가 ‘잠자리 요구’를 받았고, 몇개월 후 ‘조선일보 방 사장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에게 룸살롱에서 접대했다고 적었다.
이렇게 분명하게 시기와 사람을 특정해 적었는데도 검경은 당시 사주 일가의 성접대 의혹을 파헤치기는커녕 방용훈 사장은 한번도 소환한 적이 없다. 문제 제기한 야당 의원과 매니저 등만 법정에 세우고 수사결과 발표 때도 방용훈 사장의 행적은 언급조차 않았다. 조선일보 역시 자사 지면을 통해 ‘조선일보 방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으로 확인됐다며 엉뚱한 인물을 지목하고는 사주 일가의 행적은 쏙 빼놓았다.
검찰이 재조사를 ‘3시간’에 끝냈다는 건 사실상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했다는 뜻이다. 검경이 이제라도 진실을 은폐한 죗값의 일부나마 씻으려면 ‘조선일보 방 사장’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은 물론 왜곡수사 경위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조선일보사의 행태는 적반하장 격이다. 의혹을 보도한 문화방송과 피디들을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를 했고, 다른 언론엔 ‘인용하면 책임을 묻겠다’며 겁박했다. 앞길이 창창한 여배우가 사실상 유서가 된 글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을 직접 언급했고, 사주 일가 중 두 사람이나 술자리를 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최소한의 사과·반성은커녕 봉쇄 소송으로 후속 보도를 틀어막으려고만 하는 것은 유력 언론사 태도로는 매우 비겁하고 옹졸해 보인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코리아나 호텔 ‘조선일보사’ 간판 앞에서 '장자연리스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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