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인권의 날 70주년인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0일로 ‘세계 인권의 날’ 70돌을 맞았다. 1948년 12월10일 유엔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고 시작하는 선언문은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에서 중시하는 가치들을 대부분 담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큰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는 선언문에 담긴 ‘평화’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각별하게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인권의 의미’를 평화의 지평으로까지 확대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인권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따로 성립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북한 인권의 증진을 한반도 평화 진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큰 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하리라 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며 “우리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을 거친 뒤 일과 복지, 휴식, 여가 등에서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태도가 성숙해진 반면, 여성과 난민 등 약자·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감정은 전례 없이 강하게 표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별과 혐오는 불평등의 심화와 깊이 연결돼 있다고 인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권의 관점에서도 양극화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인권 감수성’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인권은 제도가 아닌 문화를 통해 실현되는 가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과 제도를 앞세우는 정부에 인권 친화적인 문화를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구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국가인권위가 인권 보호와 증진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인권위가 의지를 실어 추진해온 ‘사형제 폐지’는 우리 사회의 인권 성숙도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사회의 인권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하려면 국가인권위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걸 사회 구성원 모두 공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