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은 11일 “보수 가치 수호로 신뢰받는 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믿을 만한 보수정당이 없다며 ‘반문재인 투쟁’을 전면에 내건 그는 소속 의원 투표 103표 가운데 68표를 얻었다. 압도적 승리다. 첫 여성 원내대표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
그의 승리엔 친박계와 잔류파 의원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김무성 의원 등 이른바 복당파의 대표주자로 나선 김학용 의원에게 맞선 나 의원을 신당설까지 나오는 친박계가 전폭 지지했다. 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며 ‘러브콜’을 던졌고,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범친박계 정용기 의원을 선택했다. 지난날을 반성했다며 자세를 낮추고 국민과의 공감 확대를 강조한 것도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과의 공감’을 내세우면서 더욱 강경한 대여 투쟁을 공언한 건 우려스럽다. 나 원내대표는 안보보수·시장보수·복지보수 등 모든 면에서 자유한국당이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며, 대표적 사례로 근로시간 단축법안 합의 통과 등을 지적했다. 그는 되레 야당이던 2004년 ‘4대 악법’ 저지 운동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은 기억을 소환하며,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한 중점 저지법안과 헌법 가치 실현을 위한 중점 추진법안을 정해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면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를 ‘친정부적’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정부의 실정과 부당함을 비판하고 맞서는 게 야당의 역할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합리적 대안을 갖춘 반대’를 원한다. 2004년에 국회를 무력화하고 범국민 궐기대회를 열었던 것처럼, 또다시 헌법 가치 실현을 명분으로 거리로 나가는 건 고립과 외면을 자초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복권을 염두에 두고 친박당 창당까지 거론하는 친박계의 요구를 그냥 추종하려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더욱 외면받을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국민은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야당을 바란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입법에서도 국민은 야당의 합리적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당장 연말 임시국회부터 소집해서 국민의 이런 뜻에 응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