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경기장으로 쓰였던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줄기가 지난 6월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정선/김봉규 선임기자
강원도와 정선군이 평창겨울올림픽 때 사용한 가리왕산 스키장 일부 시설의 존치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스키장을 지을 때 훼손한 산림의 일부만 복원하겠다는 뜻이다. ‘산림 전면 복원’ 약속은 스키장 조성의 전제조건이었다. 말로 한 약속도 아니고, 법률(평창올림픽특별법)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그런데도 지역 이해관계를 앞세워 산림 복원을 거부하는 강원도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강원도는 스키 활강시설만 철거하고 곤돌라와 관리도로를 그대로 둘 계획이라고 한다. 애초 활강시설도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가, 2021년 아시안게임을 남북이 공동으로 유치하면 스키 종목을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치러야 하니까 입장을 수정했다. 올림픽을 치른 지 3년 만에 아시안게임을 또 치르겠다는 강원도의 계획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활강시설도 없이 곤돌라만 두겠다는 건 아시안게임과 아무 관련 없는 ‘관광 상품’으로 스키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전면 복원 반대’의 또 다른 명분은 철거 비용인데, 이 또한 일관성 없는 주장이다. 임시로 설치했던 개·폐회식 전용 스타디움은 겨울올림픽 기간에 고작 4차례만 사용하고는 3월부터 6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 면에서 그보다 훨씬 중요한 가리왕산 복원을 하지 않는 건 무슨 심산인가.
가리왕산은 국내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천연림으로 꼽혔다. 그래서 스키장 건설 때부터 반대 여론이 높았고, 무주리조트 스키장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라는 대안도 제시됐다. 그런데도 강원도는 ‘분산 개최 불가’를 고집하면서 500년 넘은 주목 10만그루를 베어내고 기어코 스키장을 지었다. 원시림 훼손 여론을 누그러뜨리려 강원도가 약속했던 게 올림픽 뒤 산림 전면 복원이었다. 이제 와서 시설 철거와 환경 복원을 못 하겠다는 강원도의 태도는 국민들 보기엔 얄밉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내년 2월9일이면 평창겨울올림픽 개최 1년이 된다. 평창겨울올림픽은 군사적 대립으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전환을 만들어냈다. 그 계기를 마련하는 데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던 강원도와 정선군이 이번에도 우리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