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둘째) 등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10여년 만에 이뤄질 국민연금 개편에 대한 정부안이 14일 전격 발표됐다. 그동안 분명하지 않았던 정책목표를 명확히 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등 의미가 크다. 하지만 선택지를 4개씩이나 제시하면서도 기금 고갈 이후를 대비한 제도 설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지나친 여론의식형’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현행유지 방안과 기초연금 강화안, 보험료율을 올리는 노후소득보장 강화 1·2안 등 4개 안을 내놓으며 소득대체율 범위를 40~50%, 보험료율은 9~13%, 기초연금은 30만~40만원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이후, 애초 자문기구의 두가지 방안보다 전반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억제하고 소득대체율은 높아지는 쪽으로 변화했다. 특히 ‘공적연금을 통한 최저 노후생활 보장’을 정책목표로 제시한 정부는 ‘다층연금체계’를 제한적이나마 적용해, 현행유지를 뺀 나머지 안의 경우 모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최소한 월 100만원의 노후소득(가입 25년의 경우)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과 출산크레딧제도 확대 등으로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유족연금의 급여 수준과 분할 연금을 개선해 급여제도를 내실화하려 한 노력 또한 평가할 만하다.
반면 ‘재정 안정화’ 방안은 빈약한 게 사실이다. 기금 운용의 수익성 제고 등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안 가운데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이 있긴 하나, 소득대체율도 올리면서 기금 소진 시점은 2057년에서 정부 추산으로도 기껏해야 5~6년 뒤로 미뤄질 뿐이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이나 소득주도성장 등이 효과를 낸다면 연금개편 지형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지나친 낙관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재정 안정화를 위해 흔히 거론되는 보험료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며,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이번 개편에 꼭 결정되어야 할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 사회적 논의는 언제까지 피할 순 없는 것이고, 이를 촉발하려면 정부의 장기적인 방향 제시와 의지가 필요한 것 또한 분명하다.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과의 연계 논의도 언제까지 외면할 순 없다. 앞으로 사회적 기구인 경사노위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미래세대’를 시야에 넣은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