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야 5당이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아직은 원칙적 수준의 합의여서 이를 구체화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번 합의는 정치권이 제각각 역할을 충실히 해냄으로써 가능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분주히 움직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문 의장과 만나 선거제의 ‘비례성’ 강화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합의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열흘간의 단식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노고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사리 얻은 합의인 만큼 좋은 결실을 맺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데 합의한 건 상당한 진전이다.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해 비례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동안 득표율을 웃도는 의석을 배분받아온 거대 양당, 즉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 방향에 동의한 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연동형의 구체 방식에 대해선 복잡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 방식인 ‘100% 연동형’을 요구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연동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당내 논의조차 충분치 않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100% 연동형’을 원칙으로 하되, 5당이 현실에 맞게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야 5당이 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거론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연동형을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이나 학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인데, 이는 연동형 반대의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 5당이 ‘의원 정수 10% 이내 확대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건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의원 정수 확대가 어떻게 선거제 개혁, 정치 개혁으로 이어지는지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번 기회를 이에 대한 공론을 모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5당이 선거법 개정에 이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선거제와 권력구조는 밀접히 연관돼 있어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다만, 우선은 선거제 개혁에 집중한 뒤 여건이 성숙한다면 개헌 문제도 국민적 논의에 부칠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내년 1월까지 선거제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무엇보다 여야 5당이 연동형 도입의 큰 원칙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특히 거대 양당은 연동형 비율이나 지역구 방식, 개헌 등 다른 문제를 빌미로 연동형을 무산시켜선 안 된다. 정치권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보여준 양보와 존중, 타협의 정신을 잘 살려 이번에야말로 선거제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