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국회 통과에 따른 대학들의 대량해고 움직임에 맞서 시간강사들이 파업에 나섰다. 현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 한 곳만 파업을 선언한 상태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대학이 많아 파업이 여러 대학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기말고사 성적 처리 등 학사 행정에 차질이 생겨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기대했다가 역설적으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시간강사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강사법의 핵심 내용은 1년 이상 임용,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 직장건강보험 가입 등이다. 국립과 사립 대학들은 내년 8월 법이 시행되면 연간 3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맞게 된다며, 강사 대량해고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국회, 강사 대표와 더불어 6개월에 걸쳐 강사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정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당사자였다. 강제로 법안에 동의한 게 아닌 다음에야, 처음부터 대량해고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대학의 추가 비용과 재정 상태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회와 대학, 시간강사 쪽이 추정하는 추가 비용은 제각각이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대학의 추계가 이미 지급되고 있는 고용보험료·산재보험료를 중복 계산하는 등 두배 안팎이나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대학들의 적립금 총액이 7조원을 넘고 이듬해로 이월되는 미사용 예산도 6600억원이나 되는 등 재정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국립대와 주요 사립대 등 재정 여유가 있는 대학일수록 강사 해고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큰 문제다.
강사 대량해고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학들은 시간강사 수를 줄이기 위해 강의 과목을 통폐합하거나 교양과목을 크게 줄이는 대신, 전임교수들의 강의 시수와 사이버 강의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시간강사들은 대학 강의의 70%를 담당하면서도 학자와 생활인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대학들은 강사법의 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소명을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