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 허용 등 우호 조처 주목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건 마련 노력
북한, 신년사 통해 통큰 결단 내리길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건 마련 노력
북한, 신년사 통해 통큰 결단 내리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잇단 대북 유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22일(현지시각)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전주에 ‘북한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연설을 준비했으나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펜스 부통령 쪽은 ‘스케줄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으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차원의 조처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교착상태를 뚫고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이런 ‘신뢰 회복’ 신호는 앞서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중에도 여러 차례 발신됐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 도착한 직후 인도적 대북 지원을 위한 미국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실행중이라고 평가하면서 북-미 정상이 새해 첫날로부터 멀지 않은 시점에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1일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을 비롯해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의 길이 열렸다. 인도적 지원과 남북협력 사업에서 성의를 보여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려는 뜻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와 함께 ‘북-미 간 신뢰를 쌓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거나 ‘후속 대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건 대표의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 쪽 파트너와 만나서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 및 고위급회담을 하자는 제안이자, 대화가 일단 재개되면 ‘신뢰 구축 조처’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거라는 얘기다. 2차 정상회담이 열리면 종전선언을 포함해 적극적인 조처를 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만하다.
물론 미국의 이런 우호적 메시지가 북한이 원하는 경제제재 완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류사회의 반북 여론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곧바로 들어주기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미국의 이런 유화 신호는 북-미 협상 교착을 뚫어보려는 나름의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북한 쪽에서 응답이 나올 때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근본적인 문제는 회피한 채 남북협력이나 인도적 지원에서 생색만 내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원칙만 고집하다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우선은 26일 열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착공식에는 남북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서 미국의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온다면 북-미 대화 재개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더 큰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내년 1월1일 신년사 내용이다. 미국이 성의를 보인 만큼, 김 위원장이 북-미 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내실 있게 열려야 남북관계 진전도 속도를 더할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 셋째)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 넷째)이 21일 낮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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